본문 바로가기
법정스님 법문집

[법정스님 법문] 4. 영원한 것 없으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by 바이로자나 2024. 6. 26.
반응형

법정스님의 두번째 법문집 '한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사람을'에 수록된 네번째 법문 '영원한 것 없으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입니다. 본 법문은 2006년 8월 8일 여름안거 해제 때 하신 말씀입니다.

 


■ 영원한 것 없으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지난 여름안거는 이름 그대로 '우안거雨安居'였습니다. 안거라는 명칭은 비에서 유래했습니다. 고대 힌두어로 비를 '바르샤'라고 합니다. 그래서 여름안거를 '바르시카', 비의 안거라고 부릅니다.
지난 여름안거에는 장마가 45일동안 걷히지 않았습니다. 안거의 절반을 장마로 보냈습니다. 제가 사는 오두막 아궁이에도 물이 솟고, 골짜기에서 쏟아져 내리는 급류에 길이 끊겨 여러 날 바깥출입을 하지 못했습니다.
  옛날 인도의 수행자들은 비가 내리는 우기에 밖으로 나다니면 새로 돋아난 풀이나 나무의 싹, 벌레 등을 본의 아니게 밟아 죽일우려가 있기 때문에 동굴이나 사원 등 일정한 곳에 머물면서 수행을 했습니다. 그 기간이 대략 석 달 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제도가 정착해 우안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방에서는 날씨가 춥기때문에 겨울에도 안거 기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름 하안거와 겨울 동안거를 갖는데, 원래 인도에서는 여름 우기 안거 한 철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지난 장맛비는 무척 끈덕지게 내렸습니다. 45일 동안이나 지속되었으니 해와 달 보기가 어렵고 별은 전혀 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곳곳에 수해를 가져왔습니다. 장마가 처음 들 때는 건장마가 아닌가 할 정도로 소강 상태였는데, 갈수록 끈덕지게 내렸습니다.
  이번 장마를 겪으면서 저는 문득 인간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들 인간관계가 이 장맛비처럼 매우 끈덕지고 집요하게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면 얼마나 지겹고 넌더리가 날 것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끈덕지게 달라붙거나 집요하게 치근대거나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고 원한을 사게 됩니다.
  우리말에 '어지간히 해 두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앞서 살다 간 선인들이 가르친 처세법이고 삶의 지혜입니다. 극성스럽게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집적거려도 상대방이 동요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생각을 돌이키라는 것입니다. 생각을 돌이켜서 돌아설 줄 알아야 합니다. 흔히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런 말에 속지 마십시오. 저는 늘 장작을 패기 때문에 이 말의 실체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난, 중심이 확실하게 잡힌 꿋꿋한 나무들이 얼마든지 많습니다.
  '어지간히 해 두라.'는 이 말은, 극한적인 투쟁을 피하라는 지혜의 가르침입니다. 노사분규가 일어날 때마다 지나친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물론 당사자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하겠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는 저토록 극성스럽게 끝까지 물고 늘어져아 할까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지간히 해 두라.'는 가르침은 삶에서 균형을 잃지 말라는 오래된 지혜입니다.
 절기로는 오늘이 입추입니다. 가을의 문턱입니다. 내일이 말복이고 보름 후면 처서입니다. 처서는 더위를 뒤치다꺼리하는 날입니다. 더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수해 복구 현장에 가 보면 아직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해 뙤약볕 아래서 땅을 뒤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가족들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이 구석 저 구석 쇠막대와 긴 장대를 가지고 흙더미에 묻힌 가재도구를 챙기기 위해서 불볕더위에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에게는 덥다는 의식이 없습니다. 더위라는 분별이 없습니다. 오로지 어떻게 하면 돌아오지 않는 내 가족을 찾을까, 어떻게 하면 가재도구를 다시 챙길까 하는 일념 때문에 더위가 미치지 않습니다.
  머지않아 선들선들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더위는 저절로 자취를 감출 것입니다. 선풍기나 에어컨이 무용지물이 됩니다. 피서지는 매우 황량한 곳이 됩니다. 이와 같이 모든 현상은 한때입니다. 이 한때에 꺾이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한때입니다. 항구적으로 지속되는 일은 없습니다.
  무상하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한때라는 소리입니다. 좋은일이든 언짢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모든 것은 한때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극복할 수 있는 의지가 생깁니다. 그런 일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누가 견딜 수 있겠습니까? 한때이기 때문에 우리가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와 기량이 저절로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죽지 않고 살아 있기 때문에 더위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죽은 자들에게는 더위도 추위도 다가설 수 가 없습니다. 살아있다는것은 더위와 추위뿐 아니라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살아있기때문에 괴로움이든 즐거움이든, 더위든 추위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살아 있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살아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모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거나 혹은 남한테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때, 거기에만 매달리지 마십시오. 모든 것은 한때라고 생각하십시오. 곧 지나갈 한때라고, 내가 전생이 지은 업의 메아리라고 생각하십시오.
  언젠가 이런 더위도 오지 않을 때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여름을 몇 차례 더 맞이할 것인지, 각자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슬픈 일이고 안된 일이지만, 이 자리에 이렇게 모여 있는 우리 중에서 올여름이 마지막 여름이 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또 앞으로 다섯 번이나 여섯 번, 열 번의 여름 밖에 맞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모든 것은 한때입니다. 그 한때에 꺾여선 안 됩니다.


법문집에 수록된 두번째 법문 '마음 속 금강보좌에 앉으라' 입니다.

https://ostornados.com/entry/%EB%B2%95%EC%A0%95%EC%8A%A4%EB%8B%98-%EB%B2%95%EB%AC%B8-%ED%95%9C%EC%82%AC%EB%9E%8C%EC%9D%80-%EB%AA%A8%EB%91%90%EB%A5%BC-%EB%AA%A8%EB%91%90%EB%8A%94-%ED%95%9C%EC%82%AC%EB%9E%8C%EC%9D%84-3-%EB%A7%88%EC%9D%8C%EC%86%8D-%EA%B8%88%EA%B0%95%EB%B3%B4%EC%A2%8C%EC%97%90-%EC%95%89%EC%9C%BC%EB%9D%BC%E3%89%A1

[법정스님 법문-한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사람을] 3. 마음속 금강보좌에 앉으라:㉡

법정스님의 두번째 법문집 - '한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사람을'에 수록된 세번째 법문 '마음속 금강보좌에 앉으라' ㉡ 번째 내용입니다. 본 법문은 2006년 12월 5일 겨울안거 결제에서 하신 말씀

ostornados.com

 


 

한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사람을-문학의 숲

 


 

반응형